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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준號 신보, 새 50년 전략…‘해외·AI 개방형 협력’ [신용보증기금 50주년]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6-01 00:00

중기 위기 함께 넘은 ‘키다리 아저씨’
4대銀과 지역 균형발전·글로벌 협력

강승준號 신보, 새 50년 전략…‘해외·AI 개방형 협력’ [신용보증기금 50주년]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신용보증기금이 보증기관을 넘어서는 ‘기업 성장 파트너’로 진화해 새로운 50년을 준비한다.

강승준 이사장 체제의 신보가 제시한 다음 50년의 키워드는 인공지능(AI), 글로벌, 지역, 그리고 개방형 협력이다. 기업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정책금융을 고도화하는 한편, 28년 만의 유럽 재진출과 은행권 공동 협약보증을 통해 국내외 기업 성장 지원망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과거 위기 대응형 보증기관의 역할에서 벗어나 첨단산업·수출기업·지역기업을 함께 키우는 생산적 금융의 핵심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다.

매출채권보험·P-CBO 고도화

신보는 1976년 설립 당시 1만2000개 기업에 1600억원 규모의 일반보증을 공급하는 기관으로 출발했다. 담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은행에서 자금을 빌릴 수 있도록 신용을 보강해주는 것이 핵심 역할이었다. 은행 입장에서는 신보 보증을 통해 대출 위험을 낮출 수 있었고, 기업 입장에서는 담보 부족에도 운전자금과 시설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이후 신보의 역할은 단순 대출보증에 머물지 않고 중소기업 금융 전반으로 확장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보의 상품 중 하나인 ‘매출채권보험’이다. 중소·중견기업이 물품이나 용역을 외상으로 판매한 뒤 구매기업의 부도나 결제 지연으로 대금을 회수하지 못할 위험을 보험으로 보완해주는 제도다.

신보는 이를 통해 기업의 대출 접근성뿐 아니라 상거래 안전망까지 보강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현재 신보 매출채권보험은 중소기업과 일정 규모 이하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운용되고 있다.

자본시장과 연계한 지원도 신보 사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신보는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중소·중견기업의 채권을 묶어 유동화증권으로 발행하는 P-CBO 보증을 통해 직접대출이 아닌 시장성 자금 조달도 지원해왔다.

일례로 코로나19 장기화 국면이었던 2021년에는 P-CBO 발행을 통해 피해기업 등에 신규자금 4조4000억원과 차환자금 8000억원 등 총 5조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공급했다.

혁신기업을 대상으로는 보증과 투자를 결합한 방식도 도입했다. 보증연계투자는 신보가 보증으로 확인한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토대로 직접 투자까지 병행하는 복합금융 방식이다. 담보와 과거 실적만으로는 평가가 어려운 창업·혁신기업에 대해 보증기관이 성장자금 공급자로 역할을 넓힌 사례로 볼 수 있다. 신보의 보증연계투자와 구상채권 매각은 2014년 법제화되며 제도적 기반을 갖췄다.

위기에 강한 신보, 중기 ‘안전판’

이와 같은 신보의 존재감은 위기 때마다 더 커졌다.

먼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금융기관의 위험 회피가 심화되자 신보를 포함한 공적 신용보증은 중소기업 자금난 완충 장치로 활용됐다. 실제 전체 신용보증 잔액은 1997년 17조2000억원에서 2003년 51조8000억원까지 늘었고,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한 해에만 33조원 규모의 보증 공급이 이뤄졌다. 신보 단독으로도 보증잔액은 1997년 11조3000억원에서 1998년 21조5000억원으로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정부가 2009년 기존보증 전액 만기연장, 신규보증 기준등급 및 보증한도 완화, 보증비율 확대, 신속 보증지원 등을 담은 보증지원 확대방안을 내놓자 신보의 보증잔액은 2008년 31조7000억원에서 2009년 46조9000억원, 2010년 47조3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신보 보증기업 수도 2008년 19만3978개에서 2010년 22만9748개로 늘었다.

2020년 코로나19 국면에서도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 특례보증, 신성장 수출중소기업 특례보증, 기업은행 소상공인 초저금리 협약보증, 영세 중소기업·소상공인 신속·전액보증 등을 운용하며 유동성 공급 창구 역할을 맡았다.

당시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 특례보증은 기업당 최대 3억원, 보증비율 95%, 보증료율 0.3%p 차감 등의 우대 조건을 담았다.

이 같은 사업 확장을 거치며 신보는 설립 초기 일반보증 중심 기관에서 보증, 보험, 투자, 유동화보증, 위기대응 특례보증을 아우르는 종합 정책금융기관으로 성장했다. 현재는 약 35만개 기업에 77조원 규모의 보증과 22조원 규모의 보험을 지원하는 대표 정책금융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5년간 20조 ‘PIPE’ 프로젝트

신보가 50주년을 맞아 제시한 핵심 전략은 ‘PIPE’다. 생산적 금융(Productive), 포용적 금융(Inclusive), 수요자 중심 금융(People-centered), 지속가능 금융(Enduring)을 4대 축으로 삼아 기업 성장 단계와 산업 변화에 맞춘 정책금융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AI와 첨단산업이다. 신보는 올해 AI 첨단산업 특별보증을 신설하고 AI·바이오·방산·에너지·콘텐츠·제조 등 6개 첨단산업 영위 기업을 대상으로 보증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보증비율을 최대 95%까지 높이고 보증료율을 최대 0.7%p 낮추는 것이 특징이다. 운전자금은 최대 10억원, 시설자금은 최대 200억원까지 지원한다. 신보는 올해 2조원 규모의 특별보증을 시작으로 향후 5년간 AI 등 첨단산업 분야에 총 20조원 규모의 신규 보증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딥테크 스타트업 지원도 강화한다. AI·반도체·바이오·ICT 등 연구개발 기간이 길고 초기 투자 부담이 큰 기업을 대상으로 성장 단계별 맞춤형 보증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최장 11년간 최대 70억원까지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는 단순히 자금난을 겪는 기업을 돕는 차원을 넘어, 미래 성장성이 높은 산업에 정책금융을 선제적으로 배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AI 기반 기업데이터 개방 협력

앞서 신보는 창립 50주년을 앞두고 조직개편을 통해 AI혁신부와 혁신금융부를 신설했다. AI 기반 정책금융을 선도하고, 녹색금융과 K-문화콘텐츠 등 신산업 지원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이에 더해 강승준 이사장이 강조하는 방향성은 ‘개방형 협력’이다. 개별 기관이 보유한 역량만으로는 AI와 디지털 전환, 녹색금융 등 복합 과제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강 이사장은 이달 창립 50주년 국제포럼에서 “경쟁력의 핵심은 개별 기관의 역량을 넘어 데이터와 인프라, 경험을 공유하는 개방형 협력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신보는 기업 데이터를 공공과 학계에 개방하고 AI 기술을 현장에 접목해 데이터 기반 정책금융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신보가 보유한 중소기업 보증·상환·부실 관련 데이터는 국내 정책금융 분야에서 상당한 가치가 있는 자산으로 평가된다. 이를 AI 신용평가, 리스크 관리, 조기경보 시스템 등에 접목하면 보증 심사의 정교화와 기업 맞춤형 지원이 가능해진다.

금융권에서는 신보의 AI 전략이 단순한 내부 업무 자동화가 아니라, 중소기업 금융 생태계 전반의 데이터 인프라를 고도화하는 방향으로 확장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28년 만의 유럽 재진출

글로벌 전략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신보는 지난 5월 19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유럽지원센터를 열고 유럽 진출 기업 지원에 나섰다. 이는 외환위기 여파로 1998년 프랑크푸르트 사무소 운영을 중단한 이후 28년 만의 유럽 현지 재진출이다.

베트남 하노이 아세안지원센터에 이어 유럽 거점까지 확보하면서, 신보의 해외 기업 지원망도 한층 넓어지게 됐다.

유럽지원센터는 국내 중소·중견기업이 유럽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현지 밀착형 금융 지원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 현지 유관기관과 글로벌 보증기관과의 협업 체계도 강화해 유럽 진출 기업의 안정적인 성장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센터 개소와 함께 우리은행·하나은행과 ‘해외진출기업 성장 지원을 위한 보증료 지원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신보는 이를 통해 해외 진출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약 830억원 규모의 협약보증을 공급하고, 2년간 연 0.6%p의 보증료를 지원할 예정이다.

유럽지원센터 개소는 최근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도 맞물려 있다. 미·중 갈등, 미국 관세 부담,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국내 수출기업의 리스크가 커지는 가운데, 해외 현지 금융 지원망 확보가 정책금융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신보는 수출국 다변화 특례보증 공급 한도를 기존 500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늘리고, 중동 진출기업과 피해 우려 기업에는 위기대응 특례보증을 통해 긴급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다.

신보 입장에서는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단순히 사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필요한 금융 신뢰를 보강하는 역할까지 맡게 되는 셈이다.

4대은행과 1.4조 협약보증

국내에서는 은행권과의 협력이 핵심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보는 지난 4월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과 총 1조4000억원 규모의 협약보증 공급에 나섰다.

이번 협약에 따라 4대 은행은 총 375억원을 신보에 출연하고, 신보는 이를 재원으로 생산적 금융 확대와 지역특화 금융지원을 추진한다.

지원 대상은 신성장동력산업 창업기업, 유망창업기업, 수출기업 및 해외진출기업, 고용창출기업 등이다. 일반 협약을 통해 7700억원 규모의 보증을 공급하고, 비수도권 소재 유망창업기업과 지역기반산업 영위기업, 지방이전 중소기업 등에는 6190억원 규모의 지역특화 보증을 공급할 예정이다.

우대 조건도 강화됐다. 특별출연 협약보증 대상 기업에는 3년간 보증비율 100%를 적용하고 보증료를 낮춘다. 지역특화 협약 대상 기업에는 추가 보증료 차감 혜택이 제공된다.

이는 정부가 강조하는 생산적 금융과 지역균형발전 기조에 신보와 은행권이 공동 대응하는 사례로도 볼 수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신보 보증을 통해 위험 부담을 낮추고, 신보는 은행 출연금을 활용해 정책금융 공급 여력을 넓히는 구조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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