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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케이뱅크의 ‘혁신 프리미엄ʼ 시험대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4-20 00:00

‘주가 고전 장기화ʼ케뱅, 시장평가 냉정
편리함만으로는 부족, 고유 경쟁력 절실

▲ 장호성 기자

▲ 장호성 기자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출범했던 케이뱅크에게는 기업공개(IPO)라는 오랜 꿈이 있었다. 수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케이뱅크는 지난 3월 마침내 IPO에 성공하며 코스피 시장에 상장됐지만, 상장 초기 분위기는 냉담하다. 공모가였던 8300원을 한참 밑도는 6000원대 초중반을 맴돌며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올해 초 증시 급등으로 인한 공포와 피로감, 그리고 무엇보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 장기화로 인한 유가 폭등 등 거시경제 악재도 있지만, 유독 케이뱅크의 주가는 다른 금융주나 카카오뱅크와 비교해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한때 ‘혁신’은 인터넷전문은행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지점 없이도 은행이 가능하다는 발상의 실현, 간편한 UI·UX, 시공간 제약 없는 빠른 계좌 개설과 송금 서비스는 기존 금융권과 확연히 다른 경험을 제공하며 시장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2026년 현재, 인터넷은행만이 지니고 있었던 강점은 점점 희석되는 모양새다.

초창기 케이뱅크를 비롯한 인터넷은행들이 강력한 무기로 앞세웠던 ‘간편성’과 ‘접근성’, 다시 말해 영업점에 갈 필요 없는 사용자 경험은 인뱅만이 아닌 기존 은행들의 전용 슈퍼앱으로도 똑같이 구현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리딩뱅크인 KB국민은행의 ‘KB스타뱅킹’의 월간 활성화 이용자 수(MAU)는 1416만, 신한은행 ‘신한 SOL뱅크’는 1030만, 하나은행 ‘하나원큐’와 우리은행 ‘우리원뱅킹’ 등도 모두 600만을 넘겼다. 물론 케이뱅크의 고객 수도 지난해 이미 1500만명을 넘어섰지만, 점포 없이 비대면채널로만 승부를 봐야 하는 특성상 종합적인 경쟁력은 시중은행들과 단순 비교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오히려 기존 시중은행들은 인뱅보다 영업기반도 튼튼하고, 기존 충성고객들도 많다 보니 인뱅들과의 기술 경쟁에서 훨씬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 과정에서 케이뱅크가 선택한 방향은 전통적인 은행 비즈니스로의 회귀, 그 중에서도 대출 확대다. 실제로 인터넷은행들은 중·저신용자 대출, 개인신용대출 등 여신 중심으로 성장 동력을 확보해왔다. 케이뱅크 역시 예외는 아니다. 플랫폼이 아닌 금리와 한도 경쟁으로 승부하는 구도가 굳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번 역시 케이뱅크는 상장 공모자금을 활용해 기업대출 파이를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현재 가계대출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기업대출로 단계적으로 확장해 2030년까지 가계와 SME 비중을 5대 5로 맞춘다는 목표다. 특히 업계 최초로 출시한 비대면 개인사업자 부동산담보대출을 적극 활용해 건전성과 성장을 동시에 추구할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이 전략은 양날의 검이다. 이 같은 대출 확대는 단기간 실적 개선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동시에 건전성 부담을 키울 수밖에 없다. 특히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국면에서는 연체율 상승과 충당금 부담이 빠르게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체성’이다. ‘플랫폼 혁신 기업’으로 출발한 인터넷은행이 결국 기존 은행과 동일한 수익 구조에 의존하게 된다면, 시장은 더 이상 프리미엄을 부여하지 않는다. ‘왜 인터넷은행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는 불가피하다.

케이뱅크는 지금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단순한 여신 확대를 넘어 차별화된 금융 플랫폼으로 다시 도약할 것인지, 아니면 기존 은행들과의 규모 경쟁 속에서 점차 희석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다.

케이뱅크가 기존 금융권과 동일한 기준으로 대출을 늘리는 데 그친다면 그 경쟁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모기업인 KT의 통신·소비·플랫폼 활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교한 신용평가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기존 금융권이 포섭하지 못했던 고객층을 선별해내는 것이야말로 케이뱅크가 가진 구조적 강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혁신’이 사라진 자리에서 시장은 더 냉정해지고 있다. 이제 케이뱅크와 같은 인터넷 은행들은 단지 ‘편리한 은행’이 아니라 ‘왜 필요한 은행인지’를 고객들에게 증명해야 한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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