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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행 고팍스 대표 “루나 사태, 상장 시스템 정비 과제…‘신용’이 생명이죠”

임지윤 기자

dlawldbs20@

기사입력 : 2022-06-13 00:00 최종수정 : 2022-06-13 02:45

2017년 출범 이후 해킹·보안사고 ‘無’
“손정의 Z홀딩스로부터 300억 투자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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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03. 대원외국어고등학교 졸업 / 2010.06. 하버드대학교 역사학과 학사 졸업 / 2011.11 ~ 2014.10. 맥킨지 앤 컴퍼니 컨설턴트 / 2014.05. ~ 2015.06. 헤드랜드캐피탈파트너스 부장 / 2021.01. ~ 리퀴드 페더레이션 이사회 멤버 / 2020.03. ~ 한국핀테크산업협회 부회장 / 2015.07. ~ ㈜스트리미 대표이사 CEO (최고경영책임자)

△ 2003.03. 대원외국어고등학교 졸업 / 2010.06. 하버드대학교 역사학과 학사 졸업 / 2011.11 ~ 2014.10. 맥킨지 앤 컴퍼니 컨설턴트 / 2014.05. ~ 2015.06. 헤드랜드캐피탈파트너스 부장 / 2021.01. ~ 리퀴드 페더레이션 이사회 멤버 / 2020.03. ~ 한국핀테크산업협회 부회장 / 2015.07. ~ ㈜스트리미 대표이사 CEO (최고경영책임자)

[한국금융신문 임지윤 기자] “업계 일원으로서 굉장히 마음 아픕니다. 책임을 통감합니다. 저희 고팍스에도 상장했던 코인이니까요. 제 주변에도 이번 일로 재산을 탕진한 사람이 꽤 있는데, 마음이 안 좋습니다. 표현이 너무 거창할 수 있는데 아무리 큰 대의가 있고 아름답게 포장한 전쟁이라도 승리까지 이뤄나갈 때 흘린 개개인의 피를 보면 마음이 안 좋지 않을 수 없잖아요? 그것처럼 가상자산 업계가 나아갈 희망과 비전이 분명 존재하는데 그 가운데 쓰러진 사람들을 보면 그런 마음이 듭니다.”

최근 99.9% 가치가 폭락하면서 전 세계 가상자산(암호화폐) 투자자들을 큰 혼란 속에 빠뜨렸던 ‘루나(LUNA)·테라USD(UST) 쇼크’에 관해 이준행 고팍스(GOPAX) 대표가 지난 2일 <한국금융신문>과 대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평소 ‘선비 거래소’라고 불릴 만큼 코인 상장 심사를 까다롭게 하는 데다 루나 상장폐지도 국내의 5대 가상자산 거래소 가운데 가장 먼저 실시했음에도 그가 느끼는 책임감은 컸다.

이번에 고팍스 플랫폼을 통해 루나를 보유했던 고객은 1000명 정도다. 다행히 소비자 클레임(Claim·손해 배상 청구)은 없었다. 지난해 8월부터 투자자 보호를 위해 운영한 ‘시장 경보 제도’가 이번 사태에 빠르게 소방수 역할을 했다. 시장 경보 제도란 시장 변동성이 심해지거나 문제가 생길 경우, 투자자에게 경보를 알리는 시스템을 말한다.

최근 국내 거래소에서 ‘다크코인’으로 분류돼 유의 종목으로 지정된 라이트코인(LTC·Litecoin) 역시 고팍스가 가장 먼저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LTC가 퇴출된 이유는 윌 라이트코인 재단에서 진행한 밈블윔블(MWEB) 네트워크 업그레이드에 따라 익명 전송 기능이 추가됐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 기능은 그간 자금 세탁 가능성 때문에 특정금융정보법상 위법에 해당할 여지가 있었다.

이 대표는 “시장 경보 제도에 따라 루나를 투자 주의 종목으로 지난달 9일 곧바로 지정했고, 13일엔 상장폐지를 업계에서 가장 먼저 결정했다”며 “아직 많은 분이 보실 때 부족한 부분이 있을 테지만, 시장 참여자와의 신뢰를 가장 우선시하는 만큼 투자자 보호를 위해 앞으로도 시장 경보 제도를 증권사 수준으로 고도화할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5대 거래소에 당당히 이름 올린 ‘고팍스’
올해 고팍스는 기존의 업비트(두나무 대표 이석우닫기이석우기사 모아보기), 빗썸(대표 이재원닫기이재원기사 모아보기), 코인원(대표 차명훈), 코빗(대표 오세진)에 이어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지난 4월 금융위원회(위원장 내정자 김주현닫기김주현기사 모아보기)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Financial Intelligence Unit)으로부터 가상자산 사업자 변경 신고가 수리된 것이다.

고팍스는 ‘스트리미’(Streami)가 운영하고 있다. 스트리미는 지난 2015년 이준행 대표가 설립한 블록체인(Blockchain·공공 거래 장부) 기업이다. ‘Streamlining the Internet of Value’ 약자로, 블록체인으로 새로운 금융을 개척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블록체인 기술을 대중화하는 일에 전념한다고 보면 된다. 설립 당시 블록체인 업계 최초로 제1금융권인 신한은행(은행장 진옥동닫기진옥동기사 모아보기)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앞으로의 목표는 전 세계적인 ‘크립토 퍼스트(Crypto-First·제1의 가상자산) 종합 금융사’로 나아가는 것이다.

스트리미가 운영하는 고팍스는 좀 더 안정적이고 믿을 수 있으면서 보다 전 세계적인 시장과 잘 연결될 수 있는 거래소를 지향한다. 지난 2017년 설립된 고팍스는 ▲자신이 보유한 암호화폐의 일정한 양을 지분으로 고정하는 스테이킹(Staking) 서비스 ‘고(Go)파이’ ▲자유 예치 ▲톨(XTL)·레지스(LED) 등 독특한 코인 보유 ▲업계 최저 수준 출금 수수료 ▲펌핑(Pumping·특정 세력에 의한 가격 급등) 없는 안정성 등이 강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9월에는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은행 실명계좌 발급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개정된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르면, 가상자산을 취급하는 사업자의 경우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 계좌를 확보하는 등 일정 요건을 갖춰야만 원화 마켓 운영이 가능하다. 그런데 제휴 관계인 전북은행(은행장 서한국)이 신고 마감을 일주일 앞두고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 발급 확인서’ 발급이 어려울 것이라 통보했다.

결국 이준행 대표는 비트코인 마켓만을 운영하는 것으로 사업 방향을 다시 틀었다. 실명계좌 사전 예약 신청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었고, 경쟁 업체인 코빗에 비해 고객 수도 3배가량 많았던 터라 꽤 많은 투자자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이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원화 입출금이 허용돼 더 많은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겠다는 마음으로 뛰었다. 그 결과 지난달 28일 드디어 원화 마켓을 다시 열었다. 올해 2월 전북은행(은행장 서한국)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고 원화 마켓 전환 작업에 속도를 올린 성과다.

다행히 원화 마켓이 닫힌 기간 동안 고객 수는 유동성이 없는 상황인데도 특별한 이유 없이 늘었다. 현재 회원 수는 약 80만명에 달한다. 이 대표는 가상자산을 예치해 이자 수익으로 가상자산을 받는 ‘고파이’ 서비스와 앞으로 전북은행과의 시너지(Synergy·협력 작용) 효과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것이라 분석했다.

고파이는 고팍스가 지난 2020년 12월 미국 디지털커런시그룹(DCG: Digital Currency Group)의 자회사 ‘제네시스 트레이딩’(Genisis Trading·대표 마이클 모로)과 제휴 맺고 개시한 서비스다. 제네시스 머니마켓 서비스를 고파이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그는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해온 노력이 조금씩 반영된 것 같다”며 “아직 미약하지만, 은행과 잘 협의해서 조금씩 증명해 나간다면 지난해 9월 거래량 회복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앞으로도 합리적인 수수료 마련, 고객 맞춤형 서비스 강화 등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도입해 투명한 가상자산 시장 조성에 기여하고 공정한 경쟁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자체 기술력’ 바탕으로 전 세계 도약
고팍스는 최근 놀라운 소식을 전했다. ‘투자계의 큰손’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SoftBank Group)와 글로벌 메신저 라인(LINE·대표 이데자와 다케시)의 합작사인 ‘Z홀딩스’(Z Holdings·대표 카와베 켄타로)의 벤처 투자 관련 자회사 ‘ZVC(Z벤처캐피탈)’ 등으로부터 300억원 규모 시리즈 B 투자를 유치시켰기 때문이다.

이번 시리즈 B 투자 라운드에는 신규 투자사인 KB인베스트먼트(대표 김종필)와 ZVC, 기존 투자사인 DCG(대표 배리 실버트), 스트롱벤처스(대표 배기홍·존 남) 등이 참여했다. 투자 유치 과정에서 기업 가치는 약 3700억원으로 평가됐다. 특히 일본 최대 벤처캐피털(Venture Capital)인 ZVC의 가상자산 분야 포트폴리오(Portfolio·자산 배분 구성)로는 국내 최초로 담겨 그 의미를 더했다.

이준행 대표는 “고팍스는 시스템 측면에서 해외의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며 “거래 매칭 시스템(OMS·Order Management System)과 자금세탁방지(AML·Anti-Money Laundering) 모듈 등을 직접 개발하는 기술력과 단 한 건의 해킹사고도 발생하지 않은 보안체제 등 고팍스 만의 독자성이 투자 성사에 영향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고팍스는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2017년 출범 이후 한 번도 해킹과 보안 사고를 겪지 않았다.

그 결과 지난 2020년 고팍스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부터 정보보호 산업 발전 유공 표창도 받았다.

또한 2019년에는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평가 기관인 크립토컴페어(CryptoCompare)로부터 국내 최고 등급을 부여받았으며, 2018년 11월 국내 거래소 최초로 정보보호 품질경영(ISO/IEC 27001) 인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매년 정보보호 자율 공시를 진행하면서 정보보호 투자 현황과 인력 구성 등을 공개하고 있다.

이준행 대표는 고팍스가 글로벌 진출까지 가능해진 원동력으로 ‘비전을 보고 함께한 직원들’을 꼽았다. 계좌도 없고 힘들었는데 훌륭한 인재가 있어서 지금 단계까지 올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올해 들어서는 하버드 대학 시절 알고 지낸 이중훈 전 메리츠증권(대표 최희문닫기최희문기사 모아보기) 파생본부장을 최고전략책임자 겸 부대표로 영입해 몸집을 키웠다.

이 대표는 앞으로 마켓 중단 이후 크게 줄어든 거래량을 회복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자사 대표 탈 중앙화 예치 서비스 ‘고파이’를 확대하는 한편 내부 인력도 지금보다 2배 더 늘리려 한다.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대체 불가능 토큰(NFT‧Non-Fungible Token) 거래소 운영도 준비하고 있다.

이준행 대표에게 마지막으로 좌우명에 관해 묻자 ‘신용’과 ‘가능성’을 계속해서 언급했다.

“사람도 죽고, 회사도 죽잖아요. 신용은 평생 갑니다. 돈은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죠. 그렇지만 가능성은 언제나 가장 중요합니다. 최근 황금만능주의 문화 속 자본 격차가 심해져 돈이 자신을 자랑하는 수단으로 여겨지는 측면이 있지만, 신용 없는 돈은 가능성이 없습니다. 돈은 지구의 어떤 자원에 대한 지분 같은 의미로, 사회에 효용 가치가 있으려면 가능성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잠깐 스쳐가는 사업자로 기억되고 싶지 않습니다. ‘신용은 평생 간다’ 이게 제 좌우명입니다.”

뛰어난 블록체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가상자산 업계가 미래 금융을 이끌어 가는 날까지 오랫동안 사업을 이어가는 것이 소망이라는 이준행 대표, 루나 사태 이후 흔들리는 가상자산 업계에서 신뢰받는 거래소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까.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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