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본사에서 점거 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택배노조원 모습./사진제공=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이미지 확대보기택배노조 측은 지난 10일 CJ대한통운 본사 점거 농성에 들어가며 파업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CJ대한통운(대표이사 강신호) 측은 이에 대해 "불법 점거로 형사, 민사적 책임을 묻겠다"며 법적 절차에 돌입한 상황입니다.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1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진퇴거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파국으로 치닫는 택배노조 파업, 그 원인은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까요?
파업이 본격화하면서 CJ대한통운을 사용하는 일부 거래처 배송 차질 문제가 대두됐습니다. 보통 한 택배사에서 파업을 진행하면 다른 택배사로 물량을 이동해서 전달하는데 이번에는 한진, 롯데, 로젠 등 다른 택배사가 물량 이관을 거부했습니다. 결국 하루 평균 약 40만 개 거래처 물량이 배송되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또 온라인 쇼핑몰, CJ대한통운을 택배사로 사용하는 거래처는 '배송 불가 지역 안내'라는 공고문을 붙이며 소비자들에게 파업을 안내했습니다.
그런데 여러 택배회사 중에서 왜 CJ대한통운에서만 파업이 일어났을까요? 이유는 CJ대한통운이 택배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상징성 때문입니다. CJ대한통운은 국내 택배 시장 점유율 약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지난해 상위 5개사 택배 물량 가운데 CJ대한통운이 담당하고 있는 물량은 약 52% 입니다. 택배노조는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에서 파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했을 때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략적으로 1위 기업에 대한 파업 투쟁을 벌이고 있는 셈입니다.
이렇게 서로의 주장이 다른 이유는 지난해 6월 최종 발표한 사회적 합의문 때문입니다. 당시 발표했던 합의문에는 ▲2021년 내 택배기사 분류작업 제외 완료 ▲택배 원가 상승요인이 170원임을 확인 ▲택배기사 작업 시간 주 60시간으로 제한 ▲세부 이행계획의 주요 내용은 표준계약서에 반영 등이 담겨 있습니다. 택배 종사자의 환경 개선, 첨단 기술 도입, 서비스 개선 등의 택배업계 근로 전반을 개선하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이 원가상승요인 '170원'이 문제가 됐습니다.
CJ대한통운 택배노조 파업 쟁점./자료가공=나선혜기자
이미지 확대보기택배노조 측은 170원 중 51.6원만 사회적 합의에 사용했으며 나머지 초과 이윤은 CJ대한통운이 가져갔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CJ대한통운은 택배비 인상분 평균치가 140원이고 인상분의 50% 정도를 기사 수수료로 배분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양측 주장은 완전히 엇갈렸고 파업은 계속 지속됐습니다. 이로 인해 관련 업계 손해가 발생한 것은 물론 소비자들 불편도 가중됐습니다. 급기야 지난달 5일 소상공인연합회가 '택배 노조의 파업 철회를 촉구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2021년에 파업을 두 번이나 진행했다"며 "택배 물량이 증가한 상황에서 손해가 극심하다"고 택배노조를 비판했습니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힘든 소상공인에게 비대면 주문 건에 대한 제대로 된 배송이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고객이 이탈하고 영업에 위협이 된다는 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택배노조는 차량시위 등을 지속했습니다. 당시는 설 명절을 앞둔 상황이었는데 택배 파업이 지속되자 CJ대한통운 측은 1700여명의 추가 인력을 투입하며 명절 물량을 대응했습니다.
지난달 18일 택배업계에 택배노조와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 사이에서 협상을 진행한다는 이야기가 떠돌았습니다. 하지만 교섭은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CJ대한통운이 직접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노조 측은 주장합니다.
현재 CJ대한통운 택배 배송 구조./자료가공=나선혜기자
이미지 확대보기사실 CJ대한통운은 교섭 권한이 없습니다. CJ대한통운이 택배 대리점과 위·수탁 계약을 맺었고 대리점이 각각 택배 기사와 집배송업무 위·수탁 계약을 했기 때문입니다.
즉, CJ대한통운과 택배 기사는 '대리점'을 사이에 두고 일하고 있는 사이입니다. CJ대한통운은 하도급 법 등 관련 법령 위반이기 때문에 직접 나설 수 없다는 점을 말하고 있고 택배노조 측은 'CJ대한통운 옷을 입고 CJ대한통운 물건을 배달하는데 왜 우리가 CJ대한통운 직원이 아니냐'며 교섭에 나서라고 이야기합니다.
국토부 발표 나흘 전인 지난달 20일 택배노조는 국토부에 'CJ대한통운 요금 인상분 주장'에 대한 검증을 요청했습니다. 그 동안 택배노조는 이재현닫기이재현기사 모아보기 CJ그룹 회장의 집 앞으로 가서 단식농성을 진행하거나 조합원들이 상경 투쟁을 하면서 사측에 대한 압박 수위도 계속 높였고요.
그러자 이번에는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택배기사들이 들고 일어났습니다. 지난달 23일 전국비노조택배기사연합(비노조연합) 소속 기사 110명은 택배노조 사업장 복귀를 주장하는 시위를 했습니다. 비노조연합은 "노조가 국민 물건을 볼모로 잡고 파업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비노조연합은 택배기사는 개인사업자로 노조를 구성할 권리가 없고 결국 노조원들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것은 다른 비노조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점검지 25개소 중 택배기사가 완전히 분류작업에서 배제된 곳은 28%(7개소)였으며 분류인력이 투입됐으나 택배기사가 일부 분류작업에 참여하는 곳은 48%(12개소), 구인난 등으로 택배기사에게 별도 분류비용만 지급하는 곳은 24%(6개소)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업계는 국토부의 사회적 합의 이행 상황 발표로 택배노조의 파업이 명분을 잃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국토부의 검사 결과 사회적 합의는 '양호'하고 분류 현장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CJ대한통운 택배노조 파업이 50일 이상 지속되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CJ대한통운은 지난 11일 경찰에 본사 시설 보호를 요청했고 최 경찰청장은 "기본적으로 노사문제로 이해하고 판단하고 있다"며 "점거된 부분도 자진퇴거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다만 그 과정에서 묵과할 수 없는 폭력행위가 발생하면 엄정하게 대처할 생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택배노조 파업이 50일을 넘겼습니다. 택배노조는 오는 21일을 기한으로 삼고 자신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한진, 롯데, 로젠 등 타 택배기업종사자와 함께 경고 파업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이 과정에서 소상공인 연합회, CJ대한통운 택배를 이용하는 기업과 소비자들의 불편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염려됩니다.
택배노조 파업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까요. 교섭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나선혜 기자 hisunny2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