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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진영 자본연 원장 “디폴트옵션, 퇴직연금 새 계기…모험자본 선순환 체계 구축돼야”

정선은 기자

bravebambi@

기사입력 : 2022-01-03 00:00

운용능력 뒷받침돼야 수익성…세제 중요
연금·ETF·가상자산 올해 연구 키워드

△ 1962년생 / 서울대 경제학과 학사 / 미국 카네기멜론대 경영학 박사 / 제36대 한국증권학회 회장 / 제6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 / 2002년~현재,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 2021년 9월~현재, 자본시장연구원 원장 (임기 3년)

[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퇴직연금에 새로운 계기가 마련됐습니다. 퇴직연금 제도 개선으로 모험자본 공급, 이에 따른 투자자 수익 환원까지 선순환 체계가 구축되는 방향으로 갈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 자본시장의 싱크탱크인 자본시장연구원의 신진영 원장(사진)은 2일 2022년 임인년(壬寅年) 신년을 기한 한국금융신문과 인터뷰에서 자본시장의 본분인 모험자본 공급 역할 강화 필요성에 목소리를 냈다.

신 원장은 새 정부가 출범하는 해이기도 한 2022년 자본시장에 정책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중책을 수행하는 데 힘을 싣겠다고 말했다.

◇ “연금은 금융이슈 아닌 복지이슈”


작년 9월 취임한 신 원장은 1997년 자본시장연구원 설립 이후 공모 방식으로 선발된 첫 원장으로 주목받았다. 이제 석 달을 보낸 신 원장은 2021년 자본시장에 대해 “코로나 위기 가운데서도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수 증권사가 사상 최대 수익을 거두었는데, 위탁매매(브로커리지)뿐만 아니라 IPO(기업공개) 활성화, 사업 다각화 등 측면에서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했다.

특히 자산운용 업계의 ‘숙원’으로 꼽혔던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본격화에 주목했다. 디폴트옵션은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또는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자가 운용지시가 따로 없으면 사전에 지정한 투자상품으로 자동 운용되는 제도다.

작년 말 디폴트옵션 도입 법안이 국회를 최종 통과하면서 제도가 시행되는 이르면 2022년 상반기 말 퇴직연금 시장이 격변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노후자산 중요성에도 저금리 시대에 ‘쥐꼬리’ 수익률 오명을 받아온 퇴직연금을 두고 금융사 간 운용 경쟁이 본격화 될 토대가 마련됐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그동안 안전 추구 성향과 무관심에서 나아가 실적배당형 투자에 나설 수 있다.

노후안전판으로 ‘3층 연금(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구축은 중요하다고 꼽았다. 신 원장은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노후 빈곤도가 높은 나라이고 고령화가 빨라지고 있는 상황으로, 이른바 3층 연금제도는 사실 단순히 금융 이슈가 아니라 복지에 관한 이슈”라고 판단했다.

그는 “체계적인 준비 체제가 필요한데, 이 중 퇴직연금 제도가 일단 보완된 것”이라며 “퇴직연금 제도뿐만 아니라, 이후 퇴직자산이 효율적으로 운용되는 체계까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역할도 강조했다. 세제 정비가 이뤄지기는 했지만 노후 연금자산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이고 효율적이며 이해하기 쉬운 세제가 뒷받침 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신 원장은 “투자 자산 전체 이익에 대한 손익통산이 필요한데, 자연스럽게 분산투자와 장기투자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연금 자산 운용에서 중요하다”고 꼽았다.

자본시장 차원에서는 퇴직연금이 효율적으로 운용돼서 실질적 수익을 창출해내느냐가 중요한 이슈라고 지목했다. 신 원장은 “자본시장 전체의 중요한 과제이고, 또 그것이 업계에 중요한 사업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폴트옵션 도입에 따른 기본 투자상품 선택지로는 연금 선진국 해외 사례 등에 비추어 TDF(타깃데이트펀드)가 주목되고 있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시점을 목표일(Target Date)로 정하고 자동으로 생애주기(Life Cycle)에 걸쳐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비중을 자동 조정해서 최적 자산배분을 추구하는 게 핵심이다.

신 원장은 “퇴직연금에 TDF, ETF(상장지수펀드) 등이 활용될 텐데 거래비용, 수수료 조정 등이 남은 과제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운용 능력이 그만큼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자본시장의 책무로 모험자본 공급도 강조했다. 이 때 연금자산 유입을 계기로 한 선순환 체계 구축 필요성에 주목했다.

전통산업은 중후장대 장치 산업으로 대규모 유형자산 투자가 필요했지만, 최근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IT(정보기술), 바이오 산업은 기술, R&D(연구개발) 등 무형자산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 원장은 “미국의 경우 연금 적격자산으로 주식이 들어오고, 벤처캐피탈(VC), 사모펀드 등 자금도 공급되면서 실제 경제성장까지 이뤄지는 선순환이 도래했다”며 “우리도 자본시장이 그러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ETF 활성화 따른 분산투자 바람직”

투자 방식에서 펀드 등 간접투자 상품의 다양화를 과제로 삼기도 했다. ‘동학개미’, ‘서학개미’ 등 개인투자자들의 직접투자 열기가 거셌던 2021년 실질적인 투자 성적표를 보면 다소 물음표가 새겨지기 때문이다.

신 원장은 “사실 개인들이 개별 종목 투자에서 상당 기간에 걸쳐 일관성 있게 수익률을 얻기는 어렵다는 게 여러 연구나 경험에서 나왔다”며 “결국 분산투자가 가능한 간접투자 상품이 좀 더 다양화하고 효율적으로 제공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개인투자자뿐만 아니라 전체 자본시장 발전 차원으로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신 원장은 “최근 ETF가 활성화되면서 투자자들이 좀 더 효율적으로 분산투자를 할 수 있게 된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며, 퇴직연금에서 활용되고 있는 점도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판단했다.

글로벌 투자 키워드로 부상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중요성도 주목했다. 신 원장은 직전에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신 원장은 “ESG 기원이 투자 사이드에서 먼저 시작됐다는 점을 주목할 만한데, 투자가 기업들을 견인하는 것”이라며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대기업의 경우 ESG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ESG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기업들은 한편으로는 새로운 투자기회이자 사업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22년 자본시장 발전 키워드에 대한 질문에서 신 원장은 단순한 구호보다는 “자본시장 전반적 성장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동안 금융투자 부문에 대해 ‘금융의 삼성전자’, ‘한국의 골드만삭스’가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반복돼 왔는데, 그는 압도적 성과를 거두는 기업 한 곳이 나오면 그걸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과 같은 인상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론을 펼쳤다.

신 원장은 “단순히 증권사, 운용사가 이익을 많이 내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투자자들에게 혜택을 주면서 같이 성장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금융이 발전해야 경제가 발전하고 투자자들에게도 수익이 돌아가 전반적인 후생도 증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체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2년은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 만큼 싱크탱크로서 자본시장연구원도 정책 수요가 예상되고 있다.

신 원장은 “퇴직연금, ETF, 가상자산, 빅테크(big tech) 규제 차익 이슈 등에 대해 정책 연구 및 산업관계 분석 등을 시행할 계획”이라며 “전반적인 경제상황과 금융시장을 봤을 때 자본시장의 역할과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어서 연구원도 이에 맞게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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