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박덕배 금융의창 대표
정부가 빠른 경제 회복을 위해 한국형 뉴딜 추진 등을 계획하고 있지만 지금 겪고 있는 충격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어려운 상황이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사회의 빈곤 서민들은 가뜩이나 취약한 재무구조 하에서 상당한 수준의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터라 이들의 생계 부담은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는 서민경제의 붕괴를 막기 위해 여러 종류의 재난지원금 지원, 원리금상환부담 유예 등 긴급 서민 지원정책을 펼치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빈곤 서민을 지원하기 위한 서민금융시스템이 어느 국가보다도 정교하게 잘 구축되어 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서민금융과 관련이 있겠지만 여기서의 논의는 대략 신용 7등급 이하를 빈곤 서민 대상의 서민금융으로 국한하기로 한다.
국내 서민금융은 주로 금융지원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크게 제도권 금융기관에 의한 서민금융과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총괄하는 정책서민금융 등으로 구분된다.
금융위기 이후 정책서민금융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나름 주어진 역할을 했지만 제도권 금융기관에 의한 서민금융은 철저하게 서민금융을 외면하였다.
그나마 등록대부업이 저신용 빈곤 서민들에 대한 긴급 자금을 대출하곤 하였지만 불법사금융이 자행하는 초고금리와 불법추심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덮어쓰고 있다.
빈곤 서민들에 대한 정책서민금융의 재무적 지원은 한계가 있으며, 제도권 금융회사의 서민금융은 불확실한 수익성 때문에 제 역할을 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이제 한정된 자원으로도 효율적인 서민금융을 추구를 위한 한 방편으로 빈곤 서민금융을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입장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빈곤 서민들도 일반인처럼 다양한 자금수요가 있으며, 특히 단기적 일시적으로 필요한 자금과 중장기적인 자금에 대한 수요가 구분될 수 있다.
빈곤 서민들은 일정한 소비에 비해 소득이 불규칙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어 단기적으로 소득-소비 미스매치(mismatch)에 고통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빈곤 탈피를 위하여 중장기적으로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안정적인 중장기 자금도 절실하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정책기관이나 금융회사 등의 주도로 공급자 편의 위주로 이루어져 와 ‘고객중심’을 지향하는 측면이 매우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공급자끼리의 역할도 분명하지 않아 서로 떠넘기기고 떠안는 과정에서 커다란 사각지대가 나타나기도 한다. 수요자 입장을 반영할 경우 서민금융은 단기와 중장기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빈곤 서민들의 단기 자금수요에 대해서는 단기 소액대부 시장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단기 소액 대부는 이들의 일시적인 재무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능력을 제고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단기 소액대부 시장의 역할에 대한 인식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제도권 금융기관에 더 이상 접근이 어려운 이들에게는 금리 수준 자체 보다는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금융접근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대신 이들의 출구 전략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
둘째, 단기 대부시장 기반에 중요한 최고금리의 인하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만일의 추가 최고금리 인하는 시장의 수용 가능성을 감안할 때 저신용자의 시장배제 심화 등 부작용이 더 클 가능성이 높다. 대부업 접근이 차단되는 서민은 곧바로 불법 사금융 시장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여러 사회·경제적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다.
셋째, 불법 사금융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피해자가 많고 이용규모도 클 것으로 추정되는 불법 사금융에 대한 이용 주의 및 피해 예방 홍보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처벌 또한 매우 약하다.
대부업과 불법 사금융에 대해 수요자 스스로 구분하고, 불법행위를 통한 창출되는 경제적 이익을 제한하는 등 처벌 강도를 높일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이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중장기 빈곤 서민금융 수요를 위해서 정책 서민금융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내 정책서민금융은 짧은 기간이지만 금융소외 문제 해소에 일정 기여하였지만 수요에 비해 역부족이다.
정책서민금융이 더욱 효율적이려면 빈곤 서민에 대한 중장기적으로 금전·비금전적 지원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 금융지원을 통해 이들의 근로소득을 증대시켜 가계부채 문제 해결의 동력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첫째, 경기불황시의 일시적 일자리가 아닌 지속가능한 일자리 구축을 위한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절실하다.
둘째, 자활을 통한 빈곤 탈출이라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 수 있도록 자금지원뿐만 아니라 자활교육, 컨설팅·자문, 채무조정 등 일련의 프로세스가 병행되어야 한다.
정책서민금융기관과 민간기구와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높일 필요가 있다.
셋째, 사장되고 있는 대규모 베이비부머 고급 금융퇴직인력을 교육시킨 후 광범위한 신용상담 및 재무상담에 투입하여 포용금융의 전도사로 육성하는 역할도 모색하여야 한다.
작금의 어려운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빈곤 서민들은 지금 보다 더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는 만큼 이들을 위한 서민금융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서민금융은 정교한 자금수요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수요자 중심의 서민금융으로 재편될 경우 더욱 효율적으로 작동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박덕배 금융의창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