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대폭락 하면 증권 전문가들은 대표적인 예로 ‘블랙 먼데이(Black Monday)’를 언급한다. 블랙 먼데이는 1929년 10월 28일 월요일 대공황기 중에 미국 뉴욕 증시가 12.6% 하락하자 주요 신문사와 통신사들이 ‘블랙 먼데이’라고 타전하면서 처음 사용됐다.
이후 1987년 10월 19일 미국 주식시장은 22.6% 대폭락했다. 마침 이날도 월요일이었다. 하필이면 월요일 이런 주가 급락 사태가 겹치다 보니 ‘블랙 먼데이’라는 말은 ‘미국 증시 대폭락’을 의미하는 말로 굳어졌다.
우리말로는 ‘검은 월요일’이라 부른다. 주식시장이 이후로도 주기적으로 폭락을 하는 양상을 보이자 당초 특정한 날짜에 미국 주식시장의 폭락을 의미했던 ‘검은 월요일’은 국내 주식시장이 폭락하는 날에도 쓰이기 시작해 이제는 주가가 폭락하는 날이면 언론들이 ‘블랙 ~데이’라고 쓰고 있다. ‘블랙 ~데이’는 ‘검은 ~요일’로 쓰면 될 것이다.
‘블랙(black)’이 들어간 말이 몇 개 있다. 그중에서 ‘블랙아웃(blackout)’은 ‘무대에서의 암전, 전파가 갑자기 끊겨 화면이 어두워지는 일’ 등을 의미한다. ‘과음한 다음 날 블랙아웃됐다’고 할 때 여기서 블랙아웃은 ‘일시적 기억상실’이란 뜻이다. 까맣게 잊어버린 것처럼 기억이 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블랙아웃은 ‘대정전’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과거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전력 수요 급증으로 2000년과 2001년 사이 다섯 차례나 대정전(블랙아웃) 사태가 발생했다. 우리나라도 여름철 폭염이 지속되면 전력 수요 급증으로 대정전 사태가 발생할까 봐 전력 당국이 가슴을 졸이기도 한다.
최근 전공의 파업 사태와 관련해 ‘전국 전공의 블랙아웃(blackout) 예고’ 기사를 봤다. 전공의들의 블랙아웃은 휴대 기기를 끄고 외부 접촉을 차단한다는 의미에서 쓴 말이므로 ‘외부 접촉 차단’으로 쓰면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비행기나 차량의 ‘블랙박스(black box)’는 ‘운항기록장치’ 또는 ‘운행기록장치’로 쓰면 된다.
겨울철 불의의 교통사고의 원인으로 꼽히는, 도로 표면에 생긴 얇은 빙판을 ‘블랙아이스(black ice)’라고 하는데 굳이 외국어를 쓸 필요가 있을까.
국립국어원은 블랙아이스를 ‘노면 살얼음’으로 쓸 것을 권하고 있다. 정권에 비우호적인 인사들의 명단을 작성해 문제가 되곤 하는 ‘블랙리스트(black list)’는 ‘감시대상, 요주의자 명단’, ‘블랙마켓(black market)’은 ‘암시장’이라는 쉬운 우리말이 있다.
※ 한국금융신문은 국어문화원연합회와 '쉬운 우리말 쓰기' 운동을 함께 합니다.
황인석 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