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가지 짧은 이야기! ⑦
요즘 ‘슈퍼세이버 때문에 장기침체 우려된다’는 내용의 기사를 한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주열닫기이주열기사 모아보기 한국은행 총재가 “코로나19가 진정된 이후에도 극단적 위험 회피 성향을 갖는 슈퍼세이버가 증가할 수 있으며 이는 저물가 상태를 상당 기간 지속시킬 수 있다”고 말하면서 슈퍼세이버라는 말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여기서 ‘슈퍼세이버(super saver)’란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해지면서 소비나 투자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가계나 기업’을 말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 국민들, 특히 노년층이 소비는 확 줄이고 저축만 많이 해 저성장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을 볼 때 우리나라도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인 셈이다.
여기서 슈퍼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지니는 거대하다는 의미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소비나 투자는 빚을 내서 하기도 하지만 저축은 빚을 내지 않고 수입 중에 쓰고 남은 돈을 은행 등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장하는 상품에 안전하게 넣어두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슈퍼세이버는 ‘과잉저축자’ 또는 ‘저축맹신자’로 쓸 것을 제안한다. 과거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일 때는 저축을 장려했다. 투자할 자본이 없었기에 재원 마련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시대가 바뀌었다. 소비가 미덕이다. 특히 국내에서 이뤄지는 소비, 내수는 국가 경제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최근의 경제 상황은 수출은 잘되지만 내수가 부진한 게 문제였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더 심해질 염려가 있다는 점에서 과잉저축자의 증가는 우리 경제를 더 힘들게 할 수 있다.
슈퍼는 슈퍼마켓 등 일상에서도 많이 쓰이지만 부자 중의 부자인 ‘슈퍼 리치(super rich)’는 ‘미국에서는 1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가진 사람, 우리나라에서는 10억 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우리말로 ‘거부’ 또는 ‘초부호(초갑부)’로 쓸 것을 국립국어원은 제시했다. 코로나19 슈퍼 전파자는 ‘다수 전파자’, 우리 몸에 좋은 ‘슈퍼푸드(super food)’는 ‘건강식품’이라는 쉬운 우리말이 있다.
※ 한국금융신문은 국어문화원연합회와 '쉬운 우리말 쓰기' 운동을 함께 합니다.
황인석 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