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7일 신한은행이 발표한 ‘2020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 ‘보통가구’는 지난해 월 평균 486만원을 벌어 전년(476만원) 대비 10만원 늘었다.
모든 구간에서 소득이 증가했지만 전년 월 소득 상승액(14만원)에는 못 미쳤다. 소득 상승률이 둔화되자 소비는 241만원으로 전년(238만원) 대비 3만원만 늘렸다. 식비가 5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교통·통신비에 36만원, 교육비에 28만원, 월세·관리비에 26만원을 썼다.
신한은행은 “기본 생활비인 식비, 교통·통신비, 월세·관리비는 전년 대비 각각 1만~2만원 증가에 그쳤다”며 “불확실한 경제상황 속 가구소득이 정체되면서 지출을 늘리지 못하고, 2018년 지출행태를 지난해에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월 저축·투자는 117만원, 부채상환은 41만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기존의 투자상품 저축액을 줄이고, 안정적인 적금·청약 및 보험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했다.
나머지 87만원은 가계 잉여자금으로 남겼으며 비중은 17.2%에서 17.9%로 확대했다.
빚이 있는 가구 수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 보유율이 52.8%로 전년(57.2%) 보다 감소한 것. 반면 부채 보유 가구의 평균 부채잔액은 8,313만원으로 전년(7,249만원) 대비 1,064만원 늘었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가구 총자산은 전년(4억 39만원) 대비 1,958만원 증가한 4억 1,997만원을 기록했다. 자산의 76%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 자산이 1,525만원 늘었고, 금융자산과 자동차를 포함한 기타자산은 각각 219만원, 214만원 증가했다.
계층별 부동산 자산 양극화 심화…상·하위 20% 간 격차 12.3배
소득 계층별 소득격차는 전년과 비슷했다. 상위 20%에 해당하는 소득 5구간은 월 902만원, 하위 20%에 해당하는 소득 1구간은 189만원을 벌어 격차가 4.8배로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소득 계층별 부동산 자산 양극화는 심화됐다. 총자산 중 가장 비중이 큰 부동산은 소득이 높을수록 규모가 크고 2018년 대비 자산 상승폭이 커서다.
가구소득당 부동산 자산 규모는 소득 상위 20%가 6억 9,433만원으로 전년(6억 6,307만원) 대비 3,126만원 늘었고, 하위 20%는 5,644만원으로 전년(5,699만원) 보다 55만원 줄었다.
이들의 부동산 자산 격차는 2018년 11.6배에서 2019년 12.3배로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자산을 포함한 총 자산 규모 차이는 상위 20%가 8억 8,294만원의 자산을 보유해 하위 20%(9,592만원)의 9.2배였다.
대출 여력이 된다면 최대한 많은 대출금을 끼고 비싼 집을 구입할 수록 시세차익이 커지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두드러졌다.
지난 3년 간 7억원 이상 아파트를 구매한 사람은 집값 상승으로 대출원금의 80%가 넘는 시세차익을 얻은 것. 지난 3년 간 7억원 이상 아파트 구입 당시 받은 대출원금은 평균 1억 9,864만원으로 집계됐다.
대출금 비중은 집값의 21% 수준이다. 대출을 받아 구매한 시점 이후 아파트값 상승액은 평균 1억 6,629만원으로 대출금의 84%에 달했다. 대출금에 가까운 규모의 차익을 얻은 셈이다.
5억원대 이상 아파트로 범위를 넓혀 보면 지난 3년간 이 가격대의 아파트를 구매한 사람의 경우 구매 당시 받은 대출원금 절반 이상의 가격이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5억~6억원대 아파트 구입시 평균 대출금은 1억 8,307만원이며 그간 아파트값 상승액은 1억 224만원을 기록했다. 대출금의 56%나 아파트값이 오른 것이다.
아파트 구매금액이 높을수록 구매 후 가치는 상승했다. 7억원 이상 아파트는 평균 1억 6,629만원, 5억~6억원대 아파트는 평균 1억 224만원이 올랐고 4억원대 아파트는 7,296만원, 3억원대 아파트는 4,592만원이 상승했다. 각각 대출금의 56%, 42%, 31% 수준이다.
반면 같은 기간 저가 아파트의 상승률은 미미했다. 1억원대 이하 아파트는 670만원(대출금의 9%), 2억원대 아파트는 1,626만원(대출금의 13%) 오르는데 그쳤다. 구매 대금의 절반 이상을 대출로 충당했지만 3년 내 전국 아파트 구매자의 집값 평균 상승률 14%에는 못 미쳤다.
집값 대비 대출금 비중은 집값이 높을수록 낮았다. 집값이 7억원 이상인 경우 21%, 5억~6억원대는 33%, 4억원대는 41%인 반면 1억~2억원대는 53%에 달했다.
같은 기간 거주 목적으로 아파트를 구매한 경우 지역별 집값 상승률은 서울이 21%로 가장 높았다. 경기·인천은 14%, 5대 광역시는 12%, 기타 지방은 7% 상승했다.
이들은 최근 구매한 아파트가 현재 가치 대비 향후 3년 내 20% 이상 더 오르면 아파트를 팔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서울은 25%, 경기·인천은 26%, 지방 5대광역시는 26%, 기타 지방은 22% 상승을 희망했다. 지난 3년간 서울 아파트 구매자 이상의 투자 수익을 기대하고 있는 셈이다.
최악의 불경기, 팍팍한 살림살이에 투잡족↑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은 경우 살림살이는 더욱 팍팍해졌다. 주 52시간제로 인한 월 소득 감소, 경기불황 및 고용 불안감 등으로 생활이 어려워지자 경제활동자 10명 중 1명은 본업과 부업을 병행하는 ‘투잡족’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 12.5명 중 1명 보다 늘어난 수준이다. 그러나 투잡을 뛰어도 월 평균 부업을 통해 번 돈은 본업(228만원)의 4분의1 수준인 54만원에 그쳤다.
투잡족 비율은 2018년 8.1%에서 지난해 10.2%로 증가했다. 향후 투잡계획이 있다는 응답자 비율도 24.5%나 됐다.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3분의1이 현재 투잡족이거나 잠재적 투잡족에 해당하는 셈이다.
현재 투잡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본업·부업 병행 이유는 필요한 목적자금 마련을 위한 생계형이 65.7%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여가형 11.8%, 자기계발형 11.7%, 취미형 10.8% 순이었다.
투잡족의 본업 직종은 사무직·공무원이 45.7%로 비중이 가장 컸고 프리랜서가 16.6%, 자영업자가 15.5%, 판매 서비스·기능·생산직이 11.8%로 뒤를 이었다.
신한은행은 “생계형 투잡족은 소득이 불규칙한 자영업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고 여가형은 소득 수준이 높은 전문직 등으로 본업 특성에 따라 투잡 유형도 차이를 보였다”며 “생계형 투잡족의 부업 직종은 대리운전·택배 기사, 재택 부업, 사무보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투잡족 유형별로 여가형의 경우에는 학원 등 파트타임 강사, 자기계발형은 통ㆍ번역, 취미형은 취미ㆍ재능 거래 튜터 직종이 각각 부업 1위를 차지했다.
투잡족의 본업 수입은 한 달 평균 228만원으로 원잡족 월 수입(323만원) 대비 95만원 적었다. 다만 부업에 매달 평균 45.5시간을 투입해 54만원의 추가 소득을 벌어 총 소득은 282만원으로 집계됐다.
원잡족과 비교하면 여전히 41만원 적은 수준이다. 투잡족의 부업 급여는 시급으로 환산하면 1만 2,000원이 정도다. 2019년 최저 시급 8,350원 대비 1.4배 높은 수준이다. 본업 근로 활동 외에 한달 30일 동안 매일 1시간 30분씩 더 일해야만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주52시간으로 월 소득이 줄고 경기불황 및 고용시장 불안감 등이 투잡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면서 “본업의 기술 또는 본인의 장기를 활용할 수 있어 투잡 시급은 높을 수 있다. 본업과 부업을 병행하는 일이 녹록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투잡족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민정 기자 minj@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