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한생명에 전격 합류한 이후에도 성대규 사장의 ‘혁신 DNA’는 사그라들지 않고 더욱 강하게 발휘됐다.
성 사장은 취임 당시 혁신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고, 인슈어테크 리더가 될 것을 주문하며 현재의 보험업은 ‘인지(人紙)산업’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나아가 그는 “이것이 앞으로는 사람과 기술의 인술(人術)산업으로 변화될 것이기 때문에 상품 설계부터 마케팅, 보험금 심사 및 지급에 이르기까지 인슈어테크를 적용하여 업무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퍼플 오션(Purple Ocean)을 개척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신한생명은 성 사장의 지휘 아래 지난해에만 △고객중심경영 시스템 마련 △CEO 현장집무실 운영 △100인의 고객배심원단 제도 등 생보업계 최초로 시도되는 이색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올해 역시 보험업계의 트렌드로 디지털 및 인슈어테크 결합이 피할 수 없는 과제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에서, 성 사장의 업무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사장 취임 직후 CEO 직속 조직인 ‘이노베이션 센터(Innovation Center)’를 신설해 혁신을 위한 허브를 마련했다. 이노베이션 센터는 직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고객에게 인슈어테크 기반의 혁신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난 한 해 신한생명은 이노베이션 센터를 중심으로 수많은 혁신 서비스를 마련해왔다.
신한금융지주라는 든든한 우군이 뒤에 있다고는 하나 대형 생명보험사에 속하지 않아 경쟁력이 크지 않던 신한생명은 성대규 사장의 혁신 DNA를 이식받아 인슈어테크 선도 보험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성대규표 ‘AI 전사 100명 만들기 프로젝트’ 속도…신계약 모니터링도 인공지능으로
생명보험업계는 만성적인 영업 불황으로 신음하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보험사들은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해 업무 효율을 높이는 등의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신한생명 역시 신한금융지주 전체의 핀테크·디지털 강화 전략에 발맞춰 인슈어테크 도입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이미 지난해 모바일 스마트창구 어플리케이션(App)에서 제공하던 자산관리 서비스에 건강관리 서비스를 더한 ‘디지털 휄스케어(Whealth Care) 서비스’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모바일 보험약관에 관련 내용을 설명해주는 영상 서비스 또한 고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신한생명은 지난해 말 포항공대(포스텍)와 산학협력 MOU를 체결하고 디지털 인재양성 교육과정을 개설해 운영하기도 했다.
이는 성대규 사장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AI 전사 100명 만들기 프로젝트’ 일환으로 마련됐다는 후문이다.
신한생명은 포항공대와의 산학협력을 통해 디지털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해당 교육과정은 직원 34명이 참여한 가운데 이달 약 8주에 걸쳐 진행됐으며, 지속적인 디지털 인재 양성을 위해 향후 프로그램 및 대상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장봉규 포항공대 금융 및 위험관리연구센터장이 연구책임자로 총괄하며, 포항공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4명이 연구원으로 참여하는 등 국내 최고의 금융공학 및 프로세스 마이닝 전문가의 지원 속에 진행된다.
신한생명은 교육과정을 통해 ▲데이터 분석을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수행 능력 강화 ▲빅데이터와 AI 기법 실무 적용 ▲디지털을 활용한 업무 프로세스 개선 능력을 배양하는 등 임직원들의 인슈테크 활용 능력 함양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생명 인사팀 관계자는 “포항공대와의 산학협력 MOU 체결로 국내 최고의 인슈테크 전문가의 코칭 및 노하우를 지원을 받을 수 있어 디지털 인재를 육성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며, “나아가 양 기관의 협업 프로젝트를 통한 독창적인 비즈니스 수익모델 창출의 기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런가하면 지난해 말에는 TM(텔레마케팅) 영업으로 체결된 신계약의 녹취 내용을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TA(Text Analytics) 시스템을 활용하여 자동으로 분석하고 이를 설계사가 확인 및 보완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된 ‘TM 신계약 자동모니터링 시스템’이 오픈됐다.
비대면 영업방식인 전화로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는 상담내용을 녹취 및 평가하고 심사하여 이상이 없다고 판단되면 청약이 승낙된다. 이때 설계사가 고객에게 반드시 알려야 할 필수 안내사항들이 있다.
기존에는 검수하는데 2일이 소요됐으나 이번 시스템 개발로 청약 후 설계사가 즉시 점검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시간 단축은 물론, 잘못 안내 되었거나 누락된 내용에 대한 보완을 청약 당일에 실행할 수 있어 고객의 불편함도 함께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TM 신계약 자동모니터링 시스템’은 보험 계약이 체결되면 곧바로 STT시스템(Speech To Text)을 통해 녹취 내용이 텍스트로 변환된다.
이어 텍스트 분석 기능을 통해 TM채널 차세대 영업시스템인 코코시스템에서 제공받은 필수안내 대본 내용과 STT시스템으로 변환된 내용이 비교 분석된다.
이를 통해 제대로 이행되었는지 자동으로 점검되고 항목별 준수여부 및 최종평가점수가 자동으로 산출되며, 미흡한 부문이 발견되면 담당 설계사가 당일에 즉시 보완하게 된다.
신한생명 마케팅팀 관계자는 “‘셀프 모니터링 시스템’은 완전판매 점검을 강화하고 고객에게 편리함을 더하기 위해 인공지능 알고리즘 및 TA시스템 등 최신 금융IT 기술을 접목하여 개발했다”며, “앞으로도 인슈테크를 활용한 고객 중심의 금융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 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 순조로운 통합 작업…“위화감 줄이자”
신한금융지주의 두 생명보험 계열사인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완전한 통합을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류승헌 신한금융지주 부사장(CFO)은 2019년 3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공동경영위원회를 만들어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통합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런 준비가 원활히 되면 통합 시점은 내년 말, 또는 후년 초 정도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렌지라이프는 지난 10일 신한금융지주회사와의 주식교환계약 체결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각 부서의 업무 및 환경 등을 두고 양사간 위화감을 줄이기 위한 활발한 교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신한생명 임직원들이 오렌지라이프를 방문해 애자일 조직에 대한 설명을 듣기도 하는 등 적극적인 교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업은 기본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통합 신한생명의 시너지는 생각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생명보험 ‘빅3’ 체제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