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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만 옮겨선 안 된다…부산·대구로 본 ‘금융 클러스터’의 조건 [금융공기업 지방이전 진단②]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5-25 07:00

해양금융·중기 보증금융, 지역색 결합한 맞춤형 구조
싱가포르·두바이 등 해외서도 산업·규제·인재 결합이 핵심
전북혁신도시 4대 금융지주 집결, 테마는 ‘자산운용 연계’

5극3특 국가균형성장 추진전략 설계도 / 자료=대통령직속 지방시대위원회

5극3특 국가균형성장 추진전략 설계도 / 자료=대통령직속 지방시대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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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금융 클러스터’란 특정 지역에 금융기관을 단순 집적하는 것을 넘어, 지역의 전략산업과 금융기관, 투자자, 공공기관, 전문서비스, 인재 양성 체계가 하나의 생태계로 결합한 구조를 말한다.

부산은 해양금융, 대구는 첨단 중소기업, 전북은 국민연금을 위시한 자산운용 등, 지역의 실물 산업 또는 자본 수요와 금융 기능이 맞물릴 때 비로소 지방이전의 효과가 클러스터로 확장될 수 있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5극3특’ 국가균형발전 전략 역시 공공기관과 전략 산업이 결합해 권역별 거점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캠코·BNK ‘해양금융 동맹’, BIFC 중심지로

국내 주요 금융기관들의 이전 지역과 주요 프로젝트 추이

국내 주요 금융기관들의 이전 지역과 주요 프로젝트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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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금융공사와 캠코 등의 기관이 이전한 부산은 2009년부터 해양금융·파생상품 중심의 금융허브로 육성돼 왔고, 이에 따라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 34개 이상의 금융기관이 입주해있다.

이곳에는 이전 금융기관만이 아니라 한국해양진흥공사(KOBC)와 해양금융센터(한국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한국무역보험공사 공동운영) 등이 입주해 선박금융·무역보험·항만 인프라 투자를 지원하고 있다. 정부는 해양수산부와 관련 기관을 부산으로 이전해 해운·조선·항만 정책과 금융을 현지에서 통합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HMM과 같은 해운기업도 부산 본사 이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전 금융기관과 지역은행과의 협업도 적극적이다. BNK부산은행은 최근 중견 조선사 HJ중공업에 대한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재개하며 지역 조선업체의 경쟁력을 지원했다. 추가로 도약펀드(Leap Forward Fund)를 조성해 지역 및 해양 기업을 위한 금융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이 펀드는 해양수산부 이전으로 예상되는 금융 수요를 선제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부산금융중심지의 위상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부산 이전 금융공기업의 지역 기여는 단순한 세수·고용 효과를 넘어 지역은행과의 협업, 지역 대학·사회적경제·전통시장 지원으로 확장됐다.
캠코는 부산 이전 직후 BNK부산은행과 지역사회 발전 협약을 맺고 중소기업 구조개선, 부실채권 관리, 지역금융 선순환 확대를 추진했다. 이후 BNK부산은행과 공동으로 BUFF를 운영하며 부산지역 대학생의 금융권 취업 역량을 키웠고, 부산지역 9개 공공기관이 함께 조성한 BEF를 통해 사회적경제기업과 지역 창업 생태계를 지원했다.

주택금융공사는 BNK부산·경남은행과 커버드본드 지급보증 협약을 맺어 장기·고정금리 주택금융 기반을 넓혔고, 부산은행과 400억원 규모 상생펀드를 조성해 부울경 중소기업 지원에도 나섰다.

대구혁신도시 터 잡은 신보, 지역 첨단산업 집중 지원

대구 혁신도시의 금융 시너지는 신용보증기금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최근 신보는 iM뱅크, 대구시와 함께 자동차부품·기계·로봇 등 지역전략산업 기업을 대상으로 402억원 규모의 협약보증을 공급하기로 했다.

마찬가지로 지역기반 은행인 iM뱅크가 출연금을 내고, 신보가 보증을 제공하며, 대구시가 이차보전을 붙이는 구조다. 앞서 신보와 iM뱅크는 1500억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지원 패키지도 체결했다.

지역은행과 이전 금융공공기관이 손잡고 중소·중견기업, 혁신스타트업, 무탄소에너지, 사회적경제 기업까지 성장단계별로 지원하는 대구형 정책금융 모델이 구축되고 있는 셈이다.

싱가포르 MPA·두바이 DIFC, 글로벌 허브 된 금융 클러스터

두바이 국제금융센터 전경

두바이 국제금융센터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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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금융클러스터의 성공적인 운영 사례를 살펴봐도 유사한 모델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싱가포르는 항만·해운 허브라는 실물 기반 위에 선박금융, 선박신탁, 거래소 상장, 법률·회계·리스크관리 서비스를 결합해 해양금융 생태계를 키웠다.

싱가포르 해사항만청(MPA)은 싱가포르가 글로벌 해운 허브이자 아시아 금융 중심지라는 점을 바탕으로, 20개 이상의 주요 은행이 선박금융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고 있고, 선박신탁·싱가포르거래소 상장·사모투자 등 대체 금융 수단이 집결해 운영 중이다.

두바이 국제금융센터(DIFC)는 별도 금융감독기구와 법원, 특구형 규제체계를 앞세워 중동·아프리카·남아시아 금융 관문으로 자리 잡았다. DIFC는 2004년 운영을 시작한 두바이의 금융특구로, 중동·아프리카·남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금융허브다.

독립적인 금융감독기구인 DFSA, 별도 법원 체계인 DIFC Courts, 국제금융회사 유치를 위한 특구 인프라를 갖췄다. DFSA는 2025~2026년 사업계획에서 DIFC를 글로벌 금융서비스 허브로 강화하기 위해 규제 고도화, 혁신 촉진, 지속가능 성장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순한 기관 이전이나 사무공간 공급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산업 수요와 자본, 규제, 전문인력, 민간 금융기관을 하나의 생태계로 묶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 중심 ‘자산운용 클러스터’ 전북, 4대금융 모두 주목

올해 2월 열린 '신한금융허브 전북혁신도시’ 출범식 / 사진제공=신한금융그룹

올해 2월 열린 '신한금융허브 전북혁신도시’ 출범식 / 사진제공=신한금융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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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진행형 사례로는 전북혁신도시가 꼽힌다. 부산이 해양금융, 대구가 보증금융·중소기업 금융을 중심으로 지역 금융생태계를 넓혀왔다면, 전북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를 축으로 자산운용·수탁·증권·IB 기능을 집적하는 금융클러스터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정부가 생산적금융 대전환을 요구하며 이자이익이 아닌 기업 투자와 자산운용을 통한 수익성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바, 은행들의 WB·IB 분야 중요성도 커졌다. 4대 금융지주가 전북혁신도시에 거점을 마련하며 속도전에 나선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4대 금융그룹 전북혁신도시 진출 방안

4대 금융그룹 전북혁신도시 진출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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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은 국민은행·KB증권·KB손해보험·KB자산운용 등을 모은 ‘KB금융타운’ 조성 계획을 밝혔고, 신한금융은 ‘신한금융허브 전북혁신도시’를 출범시키며 전주 지역 인력을 300명 수준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하나금융도 자산운용·대체투자·증권·수탁영업·콜센터 기능을 통합한 ‘자본시장 원 루프 센터’를 신설하기로 하면서 4대 금융지주가 모두 전북혁신도시 금융생태계 조성에 참여하게 됐다.

전북의 비전은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한 연기금 기반 자본시장 허브, 나아가 제3금융중심지 조성에 있다. 각 금융지주는 국민연금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자산운용, 수탁, 대체투자, 증권, 기관영업 기능을 전북으로 모으고 있다.

다만 전북이 실질적인 금융 클러스터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단순한 사무소 설치를 넘어 운용·리서치·리스크관리 등 핵심 기능 이전, 전문인력 정착, 지역 대학과의 인재 양성, 회계·법률·컨설팅 등 후방 서비스 생태계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권 한 전문가는 “전북혁신도시는 국민연금 본사 소재지라는 상징성에 비해 이전 공공기관의 양적·질적 집적도가 부산이나 광주전남 혁신도시에 비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며 “최근 4대 금융지주의 전북 거점 설치 움직임은 이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지만, 실질적인 기능 이전과 지역 인프라와의 연계도 적극적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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